
[하우징헤럴드] “조합의 대표로서 조합원들에게 사업개요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조합 대표가 내용과 상황을 충분히 잘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신통기획 자문과정은 물론,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심의 등 각종 심의절차에 단 한 번도 배석해 보지 못했다. 비용부담을 결정해야 하는 교육환경평가를 배석한 것이 유일하다.”
“심의위원들의 분위기나 서울시의 강조사항, 그리고 어떤 사항에 대해서 협의여지가 남아있는지를 전달자를 통해 건너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를 통해 건너서 듣게 되면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합원들을 설득하거나 의사를 결정해나가기 어렵다.”
연구를 하면서 조합장을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과 누구를 통해 듣는 것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여러 사정을 진솔하게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면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경험한다.
정비사업 측면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조합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도시계획과 민주주의 이론을 공부했던 필자에게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가 훨씬 일찍 자리 잡은 서구 국가에서도 20세기 중반까지는 도시계획 의사결정을 정치인·관료·전문가들끼리 결정하는 하향식(top-down)으로 진행했다. 주민 등 이해당사자는 대체로 수동적으로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을 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계획은 수립 과정과 시행 결과에서 많은 문제점과 비판을 양산했다. 결국 서구 국가들은 도시계획 의사결정에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권한을 확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도시계획 분야를 조금만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협력적 도시계획 이론(collaborative planning theory)’도 시민들의 직접참여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론 중 하나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2008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기에 시행한 주민참여형 지구단위계획과 휴먼타운사업, 그리고 얼마 전까지 국정과제로 추진되었던 도시재생사업 역시 이 이론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현재 한편에서는 주민참여 확대가 바람직하다면서 적극 정책기조가 장려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행정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성이 남아 있다.
다만, 필자는 단순하게 참여를 확대하고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우리는 주민참여 강화가 절대 선이 아님을 경험했다.
저명한 민주주의 이론가인 Fung의 주장처럼 바람직한 참여방식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상황과 특성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특성에 맞는 참여 제도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정비사업의 계획결정과 인허가 절차는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나아가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주민대표가 직접 참석하고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성일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세밀한 제도설계가 마련된다면 완성도 높은 정비사업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